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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의 조건

부루팡 富樓房 · 연구인 · 2026-08-14

청와대 여민관 회의실. 13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이 수석보좌관들 앞에서 "시한폭탄"이라는 말을 꺼냈다. 부동산 문제를 두고 한 말이다.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또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시한폭탄 같은 부동산 문제 해결에 가용한 수단과 역량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같은 날 발표된 종합대책의 분량은 방대했고, 그 안에는 '청년 주거지원 3종 세트'라는 이름표가 붙은 한 꾸러미가 들어 있었다. 39세 이하 청년이 4억 원 이하 빌라나 오피스텔을 생애 첫 집으로 사면 집값의 80%까지 대출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월세를 내듯 원리금을 갚으면 2억 원대 주택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계산이다.

첫 집의 문법

정부가 말하는 논리는 단순하다. 아파트값이 치솟은 시대에 청년이 처음부터 아파트를 노리면 내 집 마련의 시기가 끝없이 늦춰진다. 차라리 비아파트—다세대, 다가구, 오피스텔—를 첫 번째 집으로 삼고, 그것을 跳躍臺(도약대)로 삼아 다음 단계로 나아가라는 권유다. 건축 규제도 함께 풀었다. 빌라 층수 제한을 4층까지 높이고, 지식산업센터의 주거 활용을 촉진하며, 신축 목적으로 낡은 주택을 사들이는 임대사업자에게는 취득세를 깎아준다. 정부 발표문에 등장하는 표현대로라면, 비아파트는 "내 집 마련의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징검다리가 놓이려면 양쪽 언덕 사이에 물길이 흘러야 한다. 문제는 그 물길이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2023년 전세사기 사태가 남긴 트라우마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청년층의 기억에 퇴적되어 있다. 보증금을 통째로 날린 이들의 사연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던 그 시절, 빌라는 '위험'의 동의어로 각인되었다. 한 조간신문이 전한 현장의 목소리는 차갑다. "아파트 선호가 뚜렷한 데다 전세사기 이후 비아파트에 대한 불신까지 커진 상황에서, 비아파트를 내 집 마련의 징검다리로 삼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다리와 恐怖(공포)

비아파트를 첫 집으로 삼으라는 권유는 어제오늘의 발상이 아니다. 1980~90년대, 서울로 상경한 젊은 부부가 단칸 셋방에서 출발해 연립주택 전세를 거쳐 아파트 분양에 당첨되던 경로는 하나의 사회적 문법으로 통용되었다. 주거 사다리라는 표현이 비유가 아니라 실감으로 존재하던 시절이다. 이 대통령도 같은 회의에서 "주거 안정과 주거 사다리의 체계적인 구축을 우직하게 추진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스스로 사다리를 다시 세우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 사다리가 끊어진 것은 여러 해 전 일이다. 아파트값이 소득 상승률을 압도하면서 첫 번째 발판에서 두 번째 발판으로 올라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빌라를 사두었다가 아파트로 갈아타겠다는 계획은 빌라값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하락할 때 산산이 부서진다.

전세사기는 그 부서진 사다리 위에 공포를 덧칠했다. 임대인의 채무 상태를 세입자가 알 수 없고, 보증보험의 사각지대가 넓으며, 깡통전세의 위험이 일상화된 상태에서 청년들은 "차라리 월세가 낫다"는 판단으로 선회했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청년 보편형 전세임대 제도'를 신설하고, 반전세 대출 한도를 높이며, 20년 이상 장기 운영 공공지원민간임대 모델을 도입한다고 밝힌 것은 그 공포를 의식한 결과다. 그러나 제도의 골격을 세운다고 해서 기억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신뢰의 복원에는 물리적 공급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수요와 낙인 사이

문제의 또 다른 결은 비아파트에 붙은 낙인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형태를 넘어 계층적 기표로 기능해왔다. 재개발 지역의 다세대주택에 사는 것과 브랜드 아파트 단지에 사는 것 사이에는 부동산 가격 이상의 사회적 거리감이 존재한다. 이번 대책이 발표된 직후 조간들의 관전평 중에는 "결국 20억 원대 아파트를 사라는 뜻 아니냐"는 비꼼이 섞여 있었다. 정부가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높이고 20억 원 이하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을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빌라를 사라"고 권유하고, 다른 쪽에서는 세제가 "20억 원대 아파트에 실거주하라"고 유도하는 형국이라면, 청년들은 이 혼합 신호를 어떻게 해독해야 하는가.

여당 의원총회에서도 불안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한 조간신문이 전한 바에 따르면,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 "이대로 가면 폭망한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정부안이 향후 민심과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비공개로 2시간 20분간 진행된 그 자리에서 정확히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의원들이 느끼는 유권자 접점의 온도는 정책 입안자의 책상머리와 다를 수밖에 없다.

실행의 문제

대통령은 "각종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고, 택지도 기존 규제에 얽매이지 말고 파격적으로 확보해 공급에 나서야 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호 착공이라는 기존 계획에 더해 23만 호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주에 2만 1700가구 규모의 공공택지를 조성하고, 공공택지 발표 후 37개월 내 최단기 착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과거 3기 신도시가 토지 보상과 투기 문제로 실제 착공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 전례는 잊히지 않는다. 計劃(계획)과 實行(실행) 사이의 간극은 부동산 정책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온 한국적 난제다.

금융위원장은 "이번 대책이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관계부처와 유관기관 및 금융권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협조가 이루어진다 해도, 청년들이 빌라와 오피스텔을 첫 집으로 선택하게 만들려면 가격 이상의 무언가—안전과 신뢰—가 담보되어야 한다. 징검다리는 물에 잠기지 않을 때만 건널 수 있다.

독자께 묻고 싶다. 당신이 스물여덟, 스물아홉이라면, 정부가 저금리 대출을 내밀며 "빌라를 사라"고 권유할 때 그 손을 잡겠는가. 잡지 않겠다면, 그 이유는 가격 때문인가, 아니면 가격으로 환원되지 않는 어떤 두려움 때문인가. 정책은 숫자로 설계되지만, 사람은 기억으로 판단한다. 시한폭탄을 해체하려면 폭발물 처리반의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폭탄이 왜 거기 묻혔는지, 누가 묻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